어디로든 마땅히 갈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아서 무작정 나섰다가
주산지라도 가볼까 하며 가다가 그만 차선을 잘못 들어 만불사로 행선지를 잡았다.
만불사는 고요했고 더웠다.
몇살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릴적 어느날의 여름 오후,
공사로 파헤쳐진 돌웅덩이에 고인 빗물에서 물장난을 하다가 보았던
그 새하얀 뭉게구름이 문득 생각났다.
구름은 솜처럼 푹씬푹씬 할 거 같았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온갖 모양으로 바뀌는 것을
바위 위에 누워서 하염없이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바라보곤 했다.
그러다가 젖은 고무신을 말린다고 손에 고무신을 쥐고 빙빙 돌리며
'빼빼 말라라 아지아 아지아 말라라~'
그렇게 주문을 외우면 고무신에 묻은 물기가 마법처럼 사라지곤 했다.
햇빛은 따갑고 바람 한 점 없는 오후~
영천 만불사
끊임없이 분별하고 있다.
'徒步 ·旅行 ·日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8월 7일 다산 은행나무숲 화원유원지 (0) | 2021.08.07 |
---|---|
2021년 8월 6일 현풍 도동서원 다람재 (0) | 2021.08.07 |
2021년 7월 26일 신천 둔치 (0) | 2021.07.27 |
2021년 7월 22일 군위댐, 인각사 (0) | 2021.07.24 |
2021년 7월 23일 아포농협 앞, 김천 부항면 (0) | 2021.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