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초겨울로 기억한다.
당시 유가읍의 마지막 민가에서부터 절까지 전기를 공급 할 때였는데
워낙 산길이 험해서 오가기가 힘들어 이 명부전에서 며칠 숙식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의 명부전 모습은 이런 모양이 아니었다.
아침과 저녁은 절에서 먹었는데
반찬이라고는 고춧가루를 넣지 낳은 김치 하나에 가마솥에 불을 때 한 밥이었는데,
가히 누룽지 맛은 별미였다.
겨울 산에선 해가 일찍 지는 탓에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나면 어쩔수 없이 일찍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변소는 대웅전을 지나 한참 가야 있는데 변소를 가려고 나오면
사방천지 불빛 한 점 없는 산에 손에 잡힐듯 푸르런 밤하늘이 가깝게 느껴져 무섬증까지 들었다.
그레서 변소까지 가지 않고 명부전 옆 산쪽에 작은 볼일만 보곤 했었다.
그 손에 잡힐듯 파르라니 떨리던 별들.
바람소리.
밤공기 냄새.
도자기 점토, 백사, 산삼, 중풍, 닭백숙.....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시간의 무상함에 가슴이 곰삭는듯 허전한 그 추억에 잠시 젖어본다.
그때는 아마 가운데 삼성각은 있었는지 기억이 없고
기억이 맞다면 대웅전과 명부전 저 두 건물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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