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徒步 ·旅行 ·日常

2018년 11월 29일 비슬산 소재사

83년 초겨울로 기억한다. 

당시 유가읍의 마지막 민가에서부터 절까지 전기를 공급 할 때였는데

워낙 산길이 험해서 오가기가 힘들어 이 명부전에서 며칠 숙식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의 명부전 모습은 이런 모양이 아니었다.

아침과 저녁은 절에서 먹었는데

반찬이라고는 고춧가루를 넣지 낳은 김치 하나에 가마솥에 불을 때 한 밥이었는데,

가히 누룽지 맛은 별미였다.

 

겨울 산에선 해가 일찍 지는 탓에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나면 어쩔수 없이 일찍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변소는 대웅전을 지나 한참 가야 있는데 변소를 가려고 나오면

사방천지 불빛 한 점 없는 산에 손에 잡힐듯 푸르런 밤하늘이 가깝게 느껴져 무섬증까지 들었다.

그레서 변소까지 가지 않고 명부전 옆 산쪽에 작은 볼일만 보곤 했었다.

 

그 손에 잡힐듯 파르라니 떨리던 별들.

바람소리.

밤공기 냄새.

도자기 점토, 백사, 산삼, 중풍, 닭백숙.....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시간의 무상함에 가슴이 곰삭는듯 허전한 그 추억에 잠시 젖어본다.

 

그때는 아마 가운데 삼성각은 있었는지 기억이 없고

기억이 맞다면 대웅전과 명부전 저 두 건물밖에 없었던 것 같다